
뜨거운 여름 날 장마철에 내리는 비
by 미녜
쿠르릉-
빛 하나 보이지 않는 그런 하늘이었다. 어둠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비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땅을 뚫을 기세로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있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어느 날의 오후였다. 더운 날씨에 무기력해져 선풍기를 쐬며 소파에 누워만 있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그저 누워만 있었다.
뭐라도 할 것이 없을까 생각하며 무기력한 몸을 일으켜 앉았다. 더위에 지친 탓인지 표정도 무기력해 보였다. 입이라도 움직이자 라고 생각하며 소파에서 일어나 냉장고 앞으로 걸어가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달콤한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으니 사르르 녹아가는 아이스크림과 같이 몸도 사르르 녹아가는 것 같았다.
“으아~!”
기지개를 쫙 피며 이번 주의 날씨는 어떨까 궁금해 일기예보를 보았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비가 내리는 그림이 많았다. 비가 계속 내릴 걸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비가 그치면 보일 햇빛을 떠올리니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띠링-
문자가 온 것인지 휴대폰에서 알림이 왔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강림이에게서 온 문자였다.
‘시간 있으면 잠깐 집 앞에서 보자. 할 말이 있어.’
타닥타닥 키보드를 치며 얼른 가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집 앞에서 보자는 건지는 예상이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볼 수 있다는 것에 들떴다.
“강림아! 할 말이 뭐길래 집 앞에서 보자고 한 거야?”
“아, 하리야. 금방 나왔네.”
하리는 강림이를 보자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강림이는 하리를 보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강림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어 하리에게 할 말을 전했다.
“그게, 퇴마일로 다른 지역에 가게 되었어. 조금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이 말을 전해주려고 불렀어.”
그 말을 듣자 하리는 얼굴이 조금씩 굳어갔다. 강림이가 항상 퇴마일을 하러 다른 지역에 다녀오면 어딘가 다쳐오기 일쑤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가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었다.
“꼭 가야하는 거야...?”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가야한다는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조심히 다녀오라는 말을 건네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쳐서 오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빛이 가려지고 강림이의 생각을 하며 잠든 밤이었다.
쏴아아-
아침부터 거센 비가 쏟아져 내렸다. 땅이 뚫릴 듯이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하늘에서 슬피 우는 것인지 비가 내리는 것을 보자 괜히 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우중충한 날씨에 표정도 우중충해졌다. 어제처럼 무기력하게 있고 싶지는 않아서 창밖을 보았다. 비가 와서 그런 건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라곤 흐린 하늘밖에 없었다. 거짓인 거 같아 창문을 열고 손을 뻗어보아도 하늘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쏟아져 내리는 비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생각하며 달력을 보았다. 2주가 넘은 지금까지도 강림이는 오지 않았다. 연락도 되지 않았다. 머릿속은 걱정으로 가득 찼다.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근처 공원에서 산책이라도 하고 오기로 했다. 무언가를 잊은 채 집 밖으로 나섰다.
집 밖으로 나가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그친 줄 알고 나왔지만 장마철이라 그런지 비는 그쳤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몸을 돌려 다시 집으로 가서 우산을 가져오기에는 귀찮았다. 기분도 우중충하고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그냥 걷기로 했다.
어둡고 비가 내리는 길을 걸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걷다 앞을 보았다. 앞을 본 순간 당황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 앞을 본 곳은 강림이와 자주 다녔던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몸이 이 곳을 향한 걸까?
쿠르릉-
빛 하나 보이지 않는 그런 하늘이었다. 어둠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비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땅을 뚫을 기세로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있었다. 뜨거운 여름 날. 장마철에 내리는 빗속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오늘따라 더 보고 싶은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