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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나는 법 ; 올해도 지독하리만치 뜨거운 여름이었다.

by 세브

쨍쨍한 여름. 밖은 40도가 넘어가니, 이글거리는 햇빛에 도저히 집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얌전히 집에만 있자. 그렇게 다짐하고 집 밖으론 한 발자국도 내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집은 시원한가…? 그것도 아니다. 집 또한 덥다. 에어컨은 전기세가 폭탄으로 나오니 틀 엄두도 안 나고…. 결국 의지하는 것은 한 대의 선풍기 뿐이었다.

 

 

 

"더워…."

 

"......."

 

 

 

한대 밖에 없는 선풍기를 시온과 나눠 쬐며 연신 얼음물을 들이켰다. 그럼에도 이 더위는 도통 가시질 않았다. 진짜 이건 아니지. 날씨가 이렇게 더울 수 있나? 마음 같아서는 욕조에 얼음물을 잔뜩 받아놓고 머리끝까지 잠수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시체가 되어 물 위로 떠 오를 것 같다. 그렇기에 그저 아른거리는 상상만으로 만족하려 했으나, 옆에 붙어있는 이 뱀파이어 덕에 행복한 상상은 끝나버리고 말았다.

 

 

 

"근데 뱀파이어도 더위 타나?"

 

"... 뱀파이어라고 더위 안 탄다는 편견 갖지 마."

 

 

 

선풍기가 회전할 때마다 천국과 지옥을 번갈아 맛보는 기분이었다. 땀으로 축축해진 티셔츠의 옷깃을 쥐고 연신 펄럭이며 더위를 완화해보려고 했으나,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더위는 가실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지속되는 더위와, 끈적한 땀에 저도 모르게 확 성질이 끓어올랐다. 생각해보니 이 선풍기는 내껀데 왜 당연하게 나눠쓰고 있는 거지. 왠지 모르게 그가 괘씸하여 선풍기의 회전을 멈추고 자신의 쪽으로 고정해버렸다. 그러자 시온은 잠시 저를 쳐다보고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제 어깨에 이마를 기대었다. 이마가 어깨에 닿자 욕지기가 튀어나올 뻔할 정도로 열이 확 받아 빽- 소리를 질러버렸다.

 

 

 

"아 김시온 덥다고!!!"

 

"..! 내가 그 김시온거리는 거 하지 말랬지!!"

 

"아 그럼 어쩌라고! 더운데 붙지 말라고!"

 

 

 

발끈한 시온이 어깨에 기댄 이마를 떼고는 벌떡 상체를 들어 버럭 언성을 높였다. 그에 질세라 똑같이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시온은 질린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꽤 얕보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응시했다. 그 모습에 머리가 이글이글 끓는 듯했다.

 

 

 

"트위터에서 항상 이상한 거나 배우고 말이야…. 이래서 인간은…."

 

"몇천 년 산 뱀파이어가 인간한테 다구리 맞은 게 더.."

 

 

 

순간 험악해지는 시온의 표정에 뒷말을 흐렸으나, 이미 시온의 표정은 매우 불쾌하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솔직히 초5 애들한테 다구리맞은 건 맞잖아... 아, 이걸 말했다간 진짜 피가 다 빨릴지도 모르겠다. 본능적으로 분이기가 더 험악해지기 전에, 화제를 돌려야만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니 나는 더위를 탄다니까? 뱀파이어는 몸도 튼튼할 텐데, 차라리 욕조에 얼음물 받아놓고 거기 있어."

 

"... 축축해서 싫어."

 

"......."

 

 

 

뭐 이런 속 편한 뱀파이어를 봤나. 결국 뭐야. 나랑 같이 선풍기를 쐬고 있겠다 이 말인가? 굳이? 열기에 머리가 익었는지 제대로 된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치 고장 난 것 처럼 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

 

 

 

".... 그래 그럼 내가 욕조에 얼음물 받아놓고 거기 들어가지 뭐."

 

"그러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머리도 빙글빙글 돌고 제정신도 아니겠다. 한 번 미친 짓을 벌여보자 이거야. 퉁명스레 대답한 시온은 대답이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향하는 자신을 바라보더니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급하게 찬 물을 틀려는 제 손을 낚아챘다.

 

 

 

"진짜로 할 거냐?!"

 

"아니 그럼 더운데 해야지. 그럼 안 해?"

 

".... 너 더위 먹었지."

 

 

 

시온은 이 상황이 그저 어이가 없어 허, 짧은 탄식을 내뱉곤 혀를 찼다. 실없는 농담인 줄 알았더니 더위에 절어 그냥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다. 얼굴이 벌겋게 익어서는 눈에 초점도 이상하고, 잡은 손도 뜨거웠다. 이렇게 약해서 인간은…! 이유 없이 화가 치밀어올랐다. 결국 손을 잡은 채 화장실에서 끌고 나와 거실 소파에 앉히고는, 책상 어딘가에 널브러져 있던 리모컨 버튼을 눌러 에어컨을 틀었다. 분명 잔소리할 게 뻔하지만, 틀지 않는 것 보단 백배 나을 것이다.

 

 

 

"에어컨 틀면 전기세 많이 드는데…."

 

"내가 해결할 테니 잠자코 바람이나 쐬."

 

 

 

이럴 줄 알았다. 기껏 에어컨을 틀어줬더니 하는 말이 이거다. 그렇게 돈이 무서운지. 얼굴은 벌겋게 익어서는 에어컨 바람을 쐬니 그제야 조용히 눈을 감고 기분이 좋은 듯 헤실거리며 미소 지었다. 이럴 줄 알았지. 아닌 척해도 시원해서 기분 좋을 거면서. 왜 아닌 척 하는지.

 

 

 

그래 돈이 잘못이다. 돈이.

 

 

 

 

 

 

 

***

 

 

 

 

 

"......."

 

"......."

 

 

 

그 후로 1시간가량 지나자 그제서야 이 침묵의 어색함을 깨달았다. 거진 1시간 동안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에어컨 바람만 쐬었던 것이다. 어색함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손가락만 꿈지럭거렸다. 조용히 에어컨을 쐬며 슬쩍 시선을 시온에게 향했다. 차가운 바람이 열을 식혀주니 이제서야 이성적인 생각이 가능해졌다. 그럴 수록 낮에 했던 행동들이 조금 미안해졌다. 아니 엄청 미안하다는 건 아니고. 그냥... 조금? 응. 아주 조금. 진짜 쪼-금.

 

 

 

"시온."

 

"왜."

 

"... 지금은 해가 기니까, 가을이나 겨울 되면 저녁에 놀러 갈까…?"

 

"... 생각해보고."

 

 

 

사과 겸 먼저 말을 붙이니 평소의 퉁명한 말투로 픽 대답하곤 여전히 시선을 주지 않았다. 진짜 잘해주려고 해도 저런 식이니 열이 받지 않을 수가. 아, 또 은근히 열 받네…? 아 됐다. 김시온한테 뭘 바래.

 

 

 

"야."

 

"왜."

 

 

 

퉁명스레 시선을 에어컨에 고정한 채로 건성으로 대답했다. 아 꼬우면 꼽다고 하던가- 난 몰라. 갈 데까지 가보라지. 이게 바로 혐관이다 이거야.

 

 

 

"놀러 갈 곳 미리 정해둬라."

 

".... 엉?"

 

 

 

순간 예상치 못한 발언에 깜짝 놀라 시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시온은 매정히 시선을 피해버렸지만... 시선이 맞닿진 않았으나, 시온의 옆모습을 보고 있자니 픽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 진짜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할 수가 없어요.

 

 

 

"내가 좋은 곳 알아-"

 

 

 

여전히 밖은 40도가 간단하게 넘는 더위로, 집 밖으론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 그건 해가 져도 같았다. 물론, 집 안도 만만치 않게 덥다. 집 안에서 할 일이라고는 누워서 빈둥거리는 게 다일 테지만…. 이번 여름은 우리만의 여름나기를 조금씩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물론, 돈은 김시온이 내겠지. 난 몰라.

후기

안녕하세요 세브입니다!

사실 이안가은만 내려고 했던 게.. 어쩌다보니 시온드림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ㅋㅋ

보시다싶이 드림의 이름을 나와있지 않으니 시온이 최애시면 저기에 본인의 이름을 쏙 넣어보심이... 라고 하기엔 드림의 말투가.. 음.. 너무 센가요? 썸아닌 썸을 타는 둘의 티키타카라고 봐주시면... 네.. 그렇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어떻게보면 (매우) 비주류인 드림을 쓰게되어.. 어.. 좀 많이 부끄럽네요...ㅋㅋㅋ

항상 예쁘게 봐주셨음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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