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는 보았다
by 칡차하애
짙은 회색의 구름이 하늘을 가득 뒤덮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장마에 세상은 무겁고 축축한 공기에 잠식됐다. 오전 내내 쏟아지던 비는 오후가 돼서야 약해졌다. 자잘하게 흩뿌리는 비에 가랑비 옷 젖듯 세상이 약간의 회색빛과 약간의 푸른빛으로 색칠됐다.
길 한가운데 고인 웅덩이에는 떨어지는 빗방울이 작은 동그라미를 만들어 내었다. 일렁이는 수면 위로 작은 얼굴이 떠올랐다. 까맣고 큰 동공에 촉촉한 코와 시옷 모양으로 갈라진 입이 박힌 오밀조밀한 얼굴 위로 뿅 솟은 뾰족한 귀와 투명하니 길쭉한 수염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마에 등 푸른 생선을 떠올리게 하는 무늬가 문양처럼 콕 박혀있었다.
‘아아, 꿈이 아니었구나.’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는 그저 야옹야옹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이 고양이로 변하다니 이게 무슨 만화 같은 일이야.
비에 젖은 털이 축축해 기분도 별로였다. 어떻게 하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아, 짜증나.
아무도 듣지 못하는 신세한탄을 신경질적으로 쏟아붓고 있을 때였다.
“어머! 여기에 왠 고양이가. 쉭! 저리가! 쉭쉭!”
갑자기 느껴진 인기척은 공격적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거기에 있을 뿐인데 딱 봐도 한 달 남짓된 아기고양이에게 인간은 너무 무섭고 위험한 존재였다. 커다란 주먹이 금방이라도 내리꽂힐 거 같아서 그저 막 내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부슬비가 따가운 바늘이 되어 눈을 찔러도 멈출 수가 없었다. 방금까지 있던 자리에서 소란스러움이 전력질주로 도망치고 있는 작은 생명체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그리고 느꼈다. 여기에 있으면 위험해!
“여기에 있으면 위험해.”
풀숲 아래에 몸을 말고 엎드려 잠시 쉬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 따뜻한 온기가 배 밑으로 불쑥 들어오더니 몸을 잡고 들어올렸다. 공원을 전력질주로 종단해 온 몸에 힘이 빠져 누군가 다가온 줄도 몰랐다. 몸이 붕 뜨고서야 잡혔다는 걸 알아차렸다.
“여기는 악한 기가 너무 많아. 너처럼 작은 존재가 있기에는 위험해.”
어디서 많이 들어온 목소린데. 추위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털이 젖어서 자꾸만 더 추워졌다. 머리 위부터 푹 덮이는 보송한 감촉에에 고개를 들었다. 상냥한 미소가 보였다. 여기는 안전하겠구나.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까무룩 잠에 빠졌다.

❅❅
축축한 털은 뽀송해졌고 배 아래는 푹신한 쿠션이 깔려있다. 몸을 대자로 뻗고 단잠에 빠진 아기 고양이의 통통한 배가 오르락내리락 했다.
침대에 걸터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이 흐뭇했다. 잠꼬대를 하는지 앞발을 들어 얼굴을 비비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었다.
뒤척이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슬그머니 일어나 커피포트를 켰다. 일어나면 먹을 수 있게 분유를 따뜻하게 데울 생각이었다.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음을 스스로도 몰랐다. 동그란 동공을 굴려가며 저를 빤히 응시하고 있는 작은 생물이 깨어난 것도.
“어? 일어났네.”
대충 빈 대접에 분유를 담았다. 급하게 펫샵에서 산 고양이 분유였다. 분유 먹을 시기가 이미 지났음을 구매하고 나서야 알았다. 그래도 배가 고팠는지 작은 고양이는 그릇 안으로 들어갈 듯이 뒷발을 하늘로 들어 올리며 허겁지겁 분유를 먹었다.
어느 정도 허기가 가시고 몸이 따뜻해지니 서서히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정신을 잃기 전 보았던 얼굴은 흐려지는 시야 덕에 잘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털끝이 서는 감각은 뭔가가 잘못 굴러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엄마랑 떨어졌어?”
상냥하다 못해 녹아내릴 달콤한 목소리였다. 한낱 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아랫목에 배 깔고 엎드려 흐믈흐믈 액체가 될 정도였다.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있지만 확실했다.
“애기야.”
몸이 붕 떠올랐다. 허리와 배를 감싼 큼지막한 손과 뜨겁다고 느껴질 정도의 온기에 또 정신이 쏙 빠졌다.
“네 엄마는 어디로 갔니?”
“야, 야옹”
“엄마 잃어버렸어? 너도 나도 외롭구나. 하리가 연락이 안 돼. 역시 화났나.”
‘아니!! 안 났어!!!’
아무리 소리를 질러 봐도 나오는 소리는 야옹야옹이었다. 그럴수록 그는 더 다정했다.
“위로해주는 거니? 고맙다.”
“야옹!”
‘아냐!’
말해봤자 들리지도 않는데. 야옹!
그때 그의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전화를 사이에 두고 다소 언성이 오가고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가 난무하는 설전이 펼쳐지는 동안 작은 고양이는 푹신한 쿠션에서 나와 그의 방에 살포시 첫발을 내디뎠다.
단출한 원룸이었다.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조그마한 부엌이 있었다. 한편에는 그의 옷이 반듯하게 행거에 일렬로 걸려 있었고 좋은 향이 나는 거 같았다.
“하리야.”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돌아보았다. 깜깜한 액정을 바라보는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내가 하리야! 라고 외쳐보고 싶지만 그래봤자 야옹야옹 소리만 나온다는 걸 몸소 체험한 터라 어쩐지 자괴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하리는 고개를 돌렸다.
지금은 고양이다. 누가 뭐라 해도 고양이. 고개를 털고 그의 침대 위로 뛰어올랐다. 고양이는 정말 몸이 가볍구나. 말랑말랑한 발바닥이 사뿐히 침대 위로 내려앉았다. 매끄러운 시트 감촉이 발바닥에 닿는 감촉은 신선했다. 게다가 좋은 냄새까지. 행거에서 나는 냄새와 같은 걸 보니 섬유유연제 향인 거 같았다. 그에게서 나던 향기가 문뜩 떠올랐다.
코끝이 향기롭고 간질거리던 냄새가 이거구나. 어쩐지 얼굴에 열이 올랐다.
“애기야?”
불쑥 다가온 그가 고양이를 안아들었다. 보통 짐승 체온이 이렇게 높은가. 그러고 보니 아기들은 잘 아프다고 하던데. 생각에 거기에 미치자 동물병원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라지만 데리고 온 이상 책임져야했다. 창백해진 낯빛에 아기 고양이가 갸웃거리는 사이 그가 겉옷을 집어 들었다.
“병원 가자.”
‘아냐!’
고양이가 그의 품안에서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하악질을 했다.
‘안가! 안 간다고!’
발버둥이 먹혔는지 제법 꼭 잡고 있다고 생각했던 손이 금방 풀렸다. 안정적으로 바닥에 내려서서 바로 그를 향해 돌아서 몸에 털을 세웠다.
“햐악!”
그래봐야 고양이 하품소리 보다 못하고 먼지털이보다 못한 꼬랑지였지만 말이다.
나름 분노를 표출한다고 했는데 그 모습이 인간인 그에게는 그저 귀여움 max였나 보다. 눈동자가 빛나는 건 그렇다 쳐도 귀까지 빨개졌어.
정신없이 보다 보니 하악질 하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가볍게 말아 쥔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삼키던 그가 성큼성큼 고양이에게로 다가갔다. 단단하면서 조심스러운 손길로 고양이를 안아든 그가 조그마한 얼굴에 입을 맞췄다. 충동적인 행동이었는지 그의 눈 아래가 붉어졌다. 덩달아 고양이가 된 하리도 열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하리 보고 싶다.”
나즈막이 중얼거린 그가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널 보고 있으니 하리가 생각나. 전화도 안 받고. 사과해야 하는데.”
중얼거림이 점점 작아진다 싶더니 그의 품에 안긴 채 몸이 옆으로 훅 넘어갔다.
‘악. 무거워.’
겨우 팔을 밀어내고 품을 벗어나 보니 새근새근 잠든 얼굴이 보였다.
‘뭐야. 이러고 자는 거야?’
최강림은 성격만큼이나 생체리듬도 제멋대로구나.
탓하는 듯한 심통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고양이의 동그란 동공에 비친 강림의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 작은 원룸에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고양이 하리는 잠든 강림의 머리맡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순간 고양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가 아니었다면 그의 집에 들어와 있을 수도 없었을 테다. 묘하게 보수적인 그는 하리를 집에 들이지 않았다. 의사를 표현하면 갖가지 이유를 들어 그녀의 방문을 막았다.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둘러대는데 그 노력이 가상해서 속아 넘어가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나중에는 대장귀신이라도 봉인해둔 항아리라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제2의 여성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지 않는 하리였다.
‘강림아.’
“야옹”
‘미안해.’
“미야”
고양이의 동그란 눈이 가늘어졌다. 도톰하게 돋은 주둥이가 얕게 숨을 토해내는 입술에 살짝 닿았다. 스스로의 행동에도 놀란 고양이가 풀쩍 뛰어 뒤로 물러났다. 어쩔 줄 몰라 작은 머리가 바쁘게 움직였다.
‘너도 나한테 뽀뽀했잖아.’
애써 변명하며 나름 이유를 갖다 붙여댔다.
입술에 닿은 촉촉한 감촉에 가라앉았던 의식이 깊은 무의식의 바다에서 떠올랐다. 닫혔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천천히 열리는 눈꺼풀 사이로 눈동자가 바쁘게 뭔가를 찾았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 그래봤자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지만, 거기에 앉아있는 작은 고양이를 느릿느릿한 손길로 쓰다듬었다.
“진짜 귀엽다.”
나른한 목소리가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좁은 원룸과 잘 어울렸다.
“사랑스러워.”
고양이가 된 하리는 가슴이 떨렸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저 고백이 하리가 아닌 고양이에게 향했다고 생각하니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미소에 옅게 흔들리는 눈빛. 그가 희미하게 웃으며 조금 더 느리게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하리.”
쿵, 심장이 내려앉았다.
미안해. 사과해야 하는데. 빨리 전화 걸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정말은 하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미소가 사라졌다. 파르르 떨리는 눈빛은 마치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미안해, 하리야.”
고양이는 울었다. 도톰한 주둥이에서 나오는 소리는 야옹야옹 뿐이었지만 하리는 울부짖었다.
<i>‘아니야. 아니야.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한 거야. 내가, 내가 잘못한 거야.’</i>
이내 닫힌 눈꺼풀에 제 얼굴을 비비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애처롭게 울었다. 야옹야옹.
<i>‘내가 더 미안해. 강림아. 내 잘못이야. 정말 미안해.’</i>
뺨에 사정없이 얼굴을 비볐다. 찔끔 눈물이 나온 것 같기도 했다.
❅❅
뺨이 따가웠다. 불로 지지는 것 같은 감각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얼굴을 잔뜩 구기며 일어난 그는 크게 몸을 비틀었다. 방안에 가득 찬 햇살은 방안에 이전에 어둠이 거짓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창을 열어 집 안에 상쾌한 바람을 잔뜩 채웠다. 크게 숨을 들이켜던 강림이 뭔가 떠올린 듯 눈을 키웠다. 반사적으로 돌린 몸이 뭔가를 바쁘게 찾았다.
“…야옹아?”
하지만 집안 어디에서도 작은 생명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또 비가 엄청 쏟아졌다. 이 지긋지긋한 장마는 도통 끝날 기미가 없었다.
실수로 밟은 웅덩이에서 튄 물에 다리가 흠뻑 젖었다.
“야이! 서!!”
용맹스럽게 외치며 속도를 더 올렸다. 지금 비에 쫄딱 젖은 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따라오는 속도만큼 더 빠르게 달리는 작은 생명체와 전력으로 거리를 좁혔다. 진짜일지, 진짜인 척을 하는 다른 무언가 일지. 확인을 위해서라도 잡아야했다.
이 공원에는 유독 고양이가 많았다. 마주칠 때마다 다른 고양이였고 같은 고양이를 두 번 보는 일은 없었다. 한정적인 크기의 공원에 매번 다른 고양이와 만날 정도로 많은 고양이가 과연 살 수 있을까. 이제 그 이유를 알겠다.
“도망, 도망 가지마! 내가 도와줄게! 그러니까 거기로 가면 위…!”
몸이 크게 기우는 가운데 안전하게 낚아챈 고양이를 품에 소중히 안았다.
“하리야!!”
익숙하면서도 그립고 애타서 눈물에 사무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찰나에 제게 뻗어오는 손을 꽉 잡았다. 10여 년 전쯤에 봄직한 옷을 입은 그는 아주 어렸다.
“내가!”
“내가…!”
“응?”
“어?”
긴장감이 역력한 얼굴로 한참을 망설이던 입이 열리고 동시다발로 튀어오는 같은 말에 둘 다 놀란 얼굴을 했다. 마주한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구조한 고양이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며 꾹 다문 입을 열었다.
“미안해.”
생각도 못한 반응이었는지 그의 입이 떡 벌어졌다. 하리는 최대한 시선을 피했다. 조여드는 힘에 고양이가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면 쥐어 터트렸을지도?
“으악, 미안해. 어떡해. 아프지?”
어쩔 줄 몰라 허둥지둥하는 모습에서 무언가를 떠올랐다.
“…고양이.”
흠칫, 하리가 몸을 떨었다. 천천히 강림에게로 이동하는 눈동자에 온갖 감정이 휘몰아쳤다. 놀란 눈으로 하리를 똑바로 응시하던 그의 눈매가 휘어졌다.
“잘 어울려.”
“뭐? 뭐가?”
“너랑 고양이.”
“앗!”
대답할 새도 없이 고양이가 재빠르게 하리의 팔을 빠져나와 바닥 위로 살포시 내려섰다.
“야옹아.”
하리가 손을 뻗었다. 고양이는 두 사람에게 힐끔 시선을 던져주고 그대로 하얗고 가느다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촛불을 불어 껐을 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같은 연기였다.
“이제 여기에는 안 나타나겠지?”
하리는 방금 전까지 고양이가 저를 바라보고 서 있던 자리를 응시하며 흐리게 웃었다.
“아직도 많이 남아있지만 저 아이는 아닐 거야.”
강림이 하리에게로 돌아섰다. 한걸음에 바로 코앞까지 거리를 좁힌 그가 하리의 손을 찾아 깍지 꼈다. 놀란 하리가 반사적으로 뿌리쳤지만 단단하게 얽힌 결합은 쉽게 흩어지지 않았다. 조금 정신이 들었는지 하리의 이마까지 빨개졌다. 잡은 손 때문인지, 부끄러움에 튀어나온 조건반사인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이 자꾸만 아래로 박혔다.
“하리야.”
눈을 피하느라 고개를 돌린 탓에 그의 낮은 목소리에 귀에 정통으로 꽂혔다. 하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를 밀어내로 싶은데 주술이라도 걸린 듯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리야.”
눈가가 쪼글쪼글해지도록 질끈 감은 눈을 천천히 떴다. 굳게 닫혀있던 눈꺼풀 사이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갈색 눈동자는 반쯤 풀려있었다.
“구하리.”
제 이름 석자를 또박또박 부르는 묵직한 저음에 하리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강림은 그 짧은 순간을 참지 못하고 인내심이 바닥났다. 삐걱대며 원래 자리를 찾아가는 고개가 다 돌아오기도 전에 입술이 얽혔다.
뜨겁고 축축한 공기가 훅 끼쳤다. 하리의 눈가가 다시 구겨졌다. 얽힌 두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닿았던 입술이 멀어지고 누구의 심장인지 모를 쿵쾅거림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더운 숨이 입술에 닿았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입술을 얽혔다. 놓칠세라 꽉 잡은 손은 이제 서로를 마주 안았다.
“이제 위험한 일 하지 마.”
“미안해. 조심할게.”
“안한다는 소리는 안하네.”
“그건 불가능이야.”
“말한다고 하리 네가 들을 리도 없고. 그럼 한번만 더 해줘.”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
“하리, 너한테만 그래.”
“…하, 한번이면 돼?”
“흐음, 한번으로는 안 되겠다.”
세차게 때려 붓던 장대비가 약해졌다. 장마 특유의 습하고 쿰쿰한 공기에 하늘을 뒤덮은 구름에 잿빛이 된 공원이었지만 두 사람 주변만큼은 밝고 따사로웠다.
야옹.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서로에게 충실한 두 사람에게는 들릴 리가 없었다.
후기
- 글
신비아파트 온라인 온리전을 준비하면서 정말 글이 안 써져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습니다. 콘티 짤 때는 신나서 여기저기에 소재 자랑하고 그랬는데 막상 글로 옮기려고 하니 내 글 쓰는 실력은 하등 쓸모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쓰려던 내용은 몇 번을 새로 쓰고 고치고 하다 나의 수준을 인정을 하고 지금의 글을 쓰게 됐습니다. 여기저기 후회와 방황이 얼룩진 글입니다. 쓰면서도 어디 내놓기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럼에도 이 글을 읽고 즐거워 하고 행복해 하실 분이 어딘가에는 있으리라 생각하며 내가 쓴 글을 헐뜯는 행위를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앞뒤 설명 다 자르고 고양이가 된 하리에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사실 두 사람이 어떤 이유로 싸웠던 그 이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생각하면 기억나지도 않을 사소한 사유일 게 뻔하고, 보통의 연인들이 그러하니까요. 두 사람도 오해나 배려,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해 빚어진 사소한 사유로 싸웠을 거기에 굳이 이유를 서술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함께 일 때는 마주 하지 못했던 감정을 강림이는 혼자 있음으로, 하리는 고양이가 됨으로써 강림의 진심을 알게 됩니다.
본편에도 그랬지만 강림이는 비밀이 많습니다. 감추는 이유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의 캐해로는 강림이는 약한 부분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다르지 않을 겁니다. 쓸데없는 부분에 고집 있고 완강한 점이 있습니다. 하리가 고양이가 아니었다면 하리는 어쩌면 평생 강림이의 진심을 몰랐을 겁니다. 하리 또한 솔직하지 못한 강림이라는 걸 하지만 서운함이나 섭섭함이 쌓여서 보이지 않는 감정의 골이 깊어졌겠지요.
신비한 일이 넘쳐나는 신비아파트 세계관에서 사람이 고양이가 되는 것쯤은 사소한 에피소드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로 두 사람이 서로의 진심에 다가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인 하리는 강림에게 먼저 뽀뽀하는 일은 어려울 것 같고, 강림이도 딱히 강단있게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플래시백과 오버랩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애정표현이 이뤄지는 미래를 상상해 봅니다.
-삽화
후기!! 평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칡차하애 님의 멋진 작품의 일러스트를 지원하게 되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늘 해보고 싶었던 일인데 하애님께 연락이 와서 정말 놀랐었죠. 부족한 일러스트지만 부디 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