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의 길이
by ㄹㅁ
굽고 깊은 여우골에 제 발로 들어가는 사람은 대게 집도 절도 없는 이거나 그 소문을 잘 모르는 외지인 뿐이었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와 그와 더불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 때문에 출입을 마을 자체적으로 금한 지 몇백년이 흘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곳에 들어가는 사람은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거나 외지인일 수 밖에 없었는데, 아무리 기댈 곳 없는 이더라도 요즘에는 제정신으로 그 곳을 찾는 이가 사라졌다시피 없어졌을 뿐더러, 외지인이 행여 그곳을 궁금해하거나 행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뜯어말리는 이가 마을과 여우골 입구 부근에 퍼질러 있었기 때문에 요즈음 그곳에 들어간 사람은 없다고 보아도 좋았다. 대대손손 이곳에서 살아왔던 노인들이나 그의 자녀, 조손들. 청년회장(그렇다고 해도 모두 50대라고 말했다.)을 비롯한 고교 동창인 여러 명을 모두 합쳐 30명이 될까 말까 하는 작은 마을은 해방이 지나고 전쟁이 끝나고 그곳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더운 여름밤 이야깃거리 정도로 전락했을 즈음 뒤늦게 그곳에 대한 소문이라던지, 조부모가 조손에게 겁을 줄 요량으로 잔뜩 꾸며낸 이야기가 날이 가면 갈수록 크게 부풀어져 버려서 마니아들의 커뮤니티 사이에서 아는 사람은 아는 괴담으로 그건 그 괴담이 소름 끼치게 무섭고 끔찍해서가 아니라 하단의 서술된 문장들과 같은 이유로;
[★☆☆☆☆. 뭘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처음부터 구라임. 별 하나는 이런 글을 용케 올린 쓰니의 용기에 하나.] [문법이 문장 부호 빼고 맞는 게 하나도 없어. 쓰니야 쓰니 혹시 고렷적 사람?] [고증은 둘째 치더라도 이딴 공포라고는 눈 뜨고도 찾아볼 수 없는 글을 호러 카테고리에 적는 네 지적수준이 호러임. ㅇㅇ] [댓부터 보는 사람을 위해. 윗댓 다 낚시고 이거 아주 소름끼치는 2018 최고의 괴담임... ]
그러니까,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하면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는 사유들로 빵 뜬 이야기였다. 내용은 상단의 문장들처럼, 국내 최대 사이트인 곳에서 이 정도 수준의 호러는 길 지나가다가도 볼 수 있는 이야기 정도 였으며 작성자가 문법이 엉망진창인지라 맞춤법과 가독성이 끔찍하며, 이야기에서 서술된 '옛날'은 보통의 사람들이 교과서나 책에서 보았던 것과 아주 동 떨어져 있었다.
뭐, 아무튼 그러한 이유들로 이 괴담과 더불어 마을의 유명세가 인터넷 사이에서 반짝 높아졌었는데 안타깝게도 마을의 주민들은 인터넷과 와이파이와는 아주 동떨어진 인간들 뿐이라 그들이 이 일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이 괴담이 시들시들 식어버리고도 한 달이 지난 후였다. 모를 거면 아예 깨끗이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전에 상술했던 청년회장의 고교 동창 중 한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자신이 어린 시절에 여우굴에 들어가려했다가 마을 장로에게 호되게 얻어맞고 혼났던 기억을 되새기면서 본인 마을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이 전설은 인터넷 백수들이 한 입 거리로 소모할 만한 단순한 괴담이 아니며 이 이야기의 무섭고 소름 끼치는 점을 아주 구구절절 몇천자를 그 커뮤니티에 올리고 말았고, 또 갑자기 인터넷 백수라며 거하게 뼈를 얻어맞은 이들은 또 하필이면 발화점이 아주 낮았던 관계로. 그들 사이에서 소모적이고 쓸모없는 키보드배틀이 왔다 갔다 하기를 2주일. 인터넷 좀 한다고 하는 이들의 소속이 트위터든, 카페든, 유튜브든, 기타 넷의 사람들은 그 이야기들을 물론 실상과는 조금씩 다르다고 해도 어느 정도들은 알고 있었고, 인터넷 방송 BJ들도 흥미를 보여 호러 쪽에서는 유명한 BJ가 여우굴을 찾아왔다가 실종되어 이제는 안방 1열 뉴스에 까지 진출했다는 것이 어제까지의 일-이었다.
마을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높은 언덕이 있었다. 리온은 그동안 잔뜩 구르고 뭐하며 닦아온 체력으로 아주 수월하게 언덕을 오르고는 찬찬히 마을을 눈에 담았다. 지붕 색이 다양해서 알록달록한 집들은 마을 중간인 한데 모여있었고 밭이나 산이 전체적으로 마을 바깥에 포진되어있는 형태였다. 또 마을 바깥으로 몇십분만 걸으면 금세 바다도 나왔다. 희한한 구조네, 학교에서 배웠던 것 같은데, 뭐였더라. 리온은 대한민국의 정규 수업과정인 5-1 사회 과정을 떠올리다가 일상생활에 대입할 정도로 학업과 출석에 열심이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고서는 언덕을 내려왔다. 풍경은 이미 다 외워놓은 후였다. 여우굴은 마을 깊숙이 외진 곳에 있었다. 굴이라는 이름과는 조금 다르게 크기가 큰 편이라 동굴이라는 이름이 그에 더 걸맞을 것이다. 아니, 둘이 같은 말인가? 의외로 마을에 집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조금 의뭉스러웠다. 분명 30명 정도가 살고있다고 했었는데. 우선 언덕으로 올라오는 길에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언덕에서 마을을 내려다보아도 밖을 걸어다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더운날씨 때문일까? 고령자가 많으니 그럴지도 몰랐다.
여하튼 리온은 더운 공기만큼 달은 숨을 내뱉고 받은 임무를 다시 되새겼다. 일반인을 안전하게 구출한 후에 여우굴에 사는 요물들을 처리할 것. 그리고 호기심과 불이행은 죄악이다. 리온은 한숨을 쉬었다. 살아있는 것들은 원래 죽어있는 것들과 가까이 있으면 안된다. 그 분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이기스다. 이 곳 이야기는 영원히 묻혀서, 마지막으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천천히 인생의 순례를 끝맞추었을 때까지 잠들어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인터넷에서 이것의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도 사람들이 그저 신기한 이야기라고 생각한 후에 돌아섰더라면 리온이 이런 시골까지 출장을 오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이다. 젠장, 내 여름방학. 자주 가는 한식뷔페의 여름 한정 메뉴를 떠올렸다. 24시간 운영에다가 5800원으로 밥부터 과일, 음료수까지 먹을 수 있어 자주 가던 곳이었다. 오늘부터 2천원을 별도로 내면 종이컵에 담긴 작은 빙수를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갑자기 이 말을 왜 하냐면은 지금 시간은 오후 7시가 훌쩍 지나갔으며, 리온은 발이 묶인 상태였다. 비유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로.
리온은 발을 힘껏 움직여본다. 그리고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금방 알았지만서도 계속해서 발을 움직인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이 늪인지 덩굴인지도 모를 것이다…. 나직하게 신음을 흘렸다. 이곳에 도착해서 지금까지 사람은 고사하고 사람 그림자도 본 적이 없으니 어떤 왕자님이 짠 하고 나타나 그를 구해줄 것이라는 상상은 일찌감치 접는 게 좋았다. 게다가 체감상으로 거의 다 나온 것 같았다. 아이기스에서 구른 짬밥이 있지, 아주 악한 귀신도 아니고 이런 늪 따위에 발이 묶인다는 건 애초에 말도 안 됐다. 리온이 오른발을 발밑에 밟히는 돌 위에 올려놓고 힘껏 발길질을 했다. 반동으로 인한 올려짐을 노린 것이었다. 그렇지만, 음. 돌은 생각보다 미끄러웠다.
리온은 최소 몇시간 진흙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최대 거의 영원히 진흙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중 과연 어떤 것일지 아주 찰나의 시간일지라도 헤아려보았지만 리온이 도달한 것은 생각의 파편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것이었다. -에 의해 끌어올려진 리온은 의아함과 당황과 황당이 적당히 섞인 표정을 지으며 그 애를 바라보았다. 햇빛에 의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여름 특유의 매미소리와 산지 특유의 풀잎냄새가 섞여서 자아내어진 영화 같은 풍경 뿐 이었다. 적당히 따스한 햇살이 사그라져 여자아이의 얼굴을 볼 수가 있게 되자 리온은 문득 그 애의 눈이 본인것과 같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 생각은 금방 뒤편으로 사라졌으므로 리온 자신은 본인이 그런 생각을 했던 것 조차 알지 못했다.
아무튼 끌어당겨진 리온은 일련의 서술된 사건으로 인해 앞에 있는 여자아이가 자세히 누군지도 알아보지도 못한 채로 어쩌면 영영 밟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땅을 밟으며 감사 인사를 해맑고 맑은 미소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했으며 다만 그 애가 뭐라, 어쩐 일로 이곳에 빠져있던거냐던가, 따위의 말로 입을 열기 전에 아주 어처구니없게도, 긴장이 풀렸었던지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 내부의 문제로 혼절에 가까운 기절을 하여 듣지 못한 채로 감사는 끝났다.
여름의 길이
리온 X 희원
written by. ㄹㅁ
리온은 습하고 아주 더운 공기에 의해 떨어지는 땀방울을 닦아보려는 일말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멍하니 마루에 걸터앉아서 갖가지 초록색을 가진 마당의 풀떼기들을 바라보았다. 말끔하지 않은 생각들로 가득 차버린 머리로 이곳이 어디고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알아내려는 그의 시도는 정확히 24초 후에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집의 주인공이 머그컵 두 잔을 들고 다가왔던 것이다. 따뜻한 레몬 향. 리온은 생각했다. 희원. 리온은 바라보았다.
"레몬생강차." 구해준 사람이 희원이구나. 리온은 잠자코 아주 푸르른 색을 가지고 있어서 검은색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 만큼의 색을 가진 따뜻한 머그컵을 들었다. 희원이 마녀가 아닌 이상 이것이 마시면 개구리가 되거나 뿔이 솟는 효능은 없을 것이며 리온은 희원이라는 사람, 사람인가? 아무튼 작은 여우를 아주 잘 알고 있었으므로, 물론 그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리온은 그저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머그컵에 든 차로 아주 조금 혀를 적셨다. 자신이 마치 고양이 같은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또 이것이 평범한 레몬생강차라는 것을 알아낸 리온은 고개를 위로 들어서 상큼하면서 조금 점기가 있는 액체를 전부 마셨다. 뜨거운 온기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화한 목구멍 덕분에 민트가 들어간걸까 하고 짐작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차를 마시는 것 말고는 리온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그 차도 다 마셔버렸으므로. 따뜻해진 몸으로 밖에 비가 오는구나, 아마 소나기겠구나 라고 짐작하는 것 밖에는 정말로 없었다. 창밖의 날씨를 개의치 않고 홀짝거리면서 차를 마시던 희원이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야?" 목소리를 고르고 있는 것 처럼 아주 신중한 태도와 말투였다. 다치지 않았니, 라던가 괜찮아?라는 물음보다 이게 먼저인걸까? 리온은 아주 약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그건 리온도 물어보고 싶었던 거였다. 눈 덮이고 차가웠던 곳에서 짠냄새 나며 더운 곳으로 온 이유가 궁금했다. 그것도 무척이나 말이다. 다만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는 건 조금 그렇지. 리온은 잠시 고민했다. 그가 이곳에 와야만 했던 이유를 설명해봤자, 하얀 머리카락과 노란 눈과 종족 빼고는 그냥 평범한 여자아이에 불과한 희원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봤자, 리온을 걱정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리온을 막는다던가, 해서 그 사건에 대해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해서 거짓말을 한다면. 거짓말도 어느 정도의 노력과 힘을 들여야한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했다. 그런 이야기를 자아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리온은 아주아주 고심하면서 이야기의 첫 문장을 만들었다. "뭐겠어. 본부 일이지." ⋯희원에게 거짓말을 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리온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거의 늘 시선을 맞추면서 대화하는 편 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바라보는 희원의 눈동자들만 바라보면 입에서 차마 쉬운 거짓말이 나오지 않았다.
"본부 일?" 그 목소리를 듣자 리온은 자신의 예감이 맞다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괜히 말을 했나? 그냥 아무 일도 아니라면서 다른 이야기를 꺼냈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응. 희원이 너는 여기에 무슨 일인데?" 희원은 고심하며 말을 골랐고 리온은 그런 희원을 바라보았다. 그와 그녀의 첫 만남에서부터 이곳은 꽤나 거리가 존재했다. 애초에 한 곳은 서울로부터 북쪽에 있었고 한 곳은 서울로부터 남쪽에, 그러면서도 동쪽에 존재했었고. 처음은 겨울이었고 지금은 여름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다 보니 리온은 첫 만남에서도 희원이 리온, 그를 구제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덫에서 늪. 구제. 희원은 리온을 구제했다 리온은 희원한테 구제당했다. 아, 이거 영어 시간에 배웠는데. 수동태와 능동태. "일족이 이곳에 있어." 리온은 시잘데기 없는 생각을 멈추고 볼에 대고 있던 손을 내린후에 천천히 희원을 바라보았다. 희원은 이곳에 일족이 있다고 했다. 이곳에는 여우골이 있다. 리온은 여우골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희원은 이곳에 자신의 일족이 있다고 했다.
희원이 여우골에 관련되어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자연했다. 리온은 말 없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희원의 눈이 낮게,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곳에 현재 자신의 몰골을 알 수 있을 만한 거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리온은 그 눈동자가 자신의 눈동자와 다를 바 없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희한하지만 둘은 꽤 닮았다. 물론 하나는 퇴마사이고 하나는 미물이라서. 이러한 기준으로 미루어보면 둘은 아주 극과 극이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제쳐보고 그저 하나의 아이로 바라본다면 둘은 꽤, 게다가 아주 서글프도록 닮았다. 그리고 그 둘은 그것을 아주 잘 알았다. 외로운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살피는 눈치가 매우 뛰어나서 금세 같음과 다름, 균열을 알아채고는 했다. 언제나 말이다. 그런 것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안다. 리온은 어딘가가 씁쓸했다.
"여우골 때문에 온 거지?" 그러다가 리온은 감히 목소리를 내거나 고개를 끄덕거리지도 못했다. 임무랑 관련이 있다. 아주 잘하던 밝게 웃는 것도 하지 못했고 침 삼키는 것 숨 쉬는 것 하나까지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리온은 답답하고 갑갑한 공기를 환기하고자 애써 임무 생각을 하려고 했다. 올 때 길이 험해서 오기 힘들었는데 갈 때는 그렇게 괜찮을까? 라던가. 저녁은 어디서 먹어야 하나? 와 같은. 그러다가 정말로 리온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생각이 희원에게로 가서, 본부로부터 받은 임무와 희원이 완전무결하게 관련이 없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희원은 그저 이곳에 사는 평범한 여자아이이고 이곳에 어떤 다른 미물이 있을 확률은? 그리고 희원은 리온이 이곳에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러한 생각까지 하기 시작했다. 여하튼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리온은 어떤 확신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아니었으면 좋을 확신이. "그 글⋯희원이 네가 쓴 거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닐 수가 없었다. 그의 생각은 옳았다. 약간의 긍정의 침묵이 방을 가득 메웠다. 그러다가 리온이, "왜?" 왜? 물음이 방 안 어느 곳에도 섞이지 않았다. "이제 우리 일족의 남은 거처는 이곳밖에 없어."
리온은 봐왔던 시간이 짧은 것 치고는 희원을 꽤 잘 안다. 혹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희원이 이번 일은 그냥 눈 감고 지나쳐달라거나 간부의 마음을 돌리게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또한 리온은 자기 자신을, 객관화를 잘 하는 편이었는데 그리하여 희원이 앞서 상술한 예시처럼 별개의 말이나 부탁을 하지 않거나 도리어 리온과 마찰이 생겨 싸움까지 가게 되면 본인이 먼저 포기하거나 양보하거나 떠날 것을 알았다. 게다가 그것도 아주 잘 알았다. 슬프게도, 자기객관화를 너무 잘해서.
"⋯그래서?" 희원이, 마치 무슨 그런 질문을 하니? 라며 책망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들을 처리하려고 온 거잖아. 아냐?" 리온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말이야. 처음 봤을 때도 그랬잖아. 너도 날 악한 미물이라고 생각해서 없애버리려고 했잖아. 안 그래?" 싸우려던 건 아니었는데. 희원이 덧붙였다. 물론 희원의 말이 맞았다. 리온은 그러려고 했다⋯그리고 그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내가 썼어. 알 줄 알았는데. 왜 썼냐구?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네가 여기로 왔다는 거야." 중요한 건 네가 여기로 왔다는 거야. 리온은 희원의 말을 곱씹었다. 그게 왜 중요해? 내가 너한테 중요한 것도 아니면서.
"넌 참 착하고 좋은 인간이야. 그건 내가 아주 잘 알아. 다만 안타깝게도 리온인 넌 나 같은 애들을 없애러 다니는 퇴마사잖아?" "그건⋯." "변명 하지 말아줘. 넘어갈 것 같단 말야." 희원이 어느샌가 나타난 자신의 꼬리들을 쓰다듬었다. 인간으로 변신한 상태인데도 꼬리가 나타날 수 있는 건가? 이것은 희원이 의도해서 나타난 꼬리인가 혹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보이게 된 꼬리인가. "난 이미 많은 걸 잃었어." 모르는 사람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리온은 구미호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직 희원에게도 선한 마음이 남아있다고 생각했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었는데. "희원아, 그래서⋯. 뭘⋯어떻게 할 건데?" "인간이 될 거야. 그게 아니라면 그 글을 도대체 내가 왜 썼겠어? 인간들을 모은 후에 일족들이 다 같이 인간이 될 거야. 이제 정말 별로 남지 않았어."
글을 쓴 이유는 흥미를 돋구워서 사람들이 여우골로 오게 하기 때문이었구나. 그랬구나. 어쩌면 마을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도 희원의 일족들이 먼저 손을 쓴 것 일지도 모르겠구나.
어째서 희원이 인간이 되고 싶은 건지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리온은 어쩐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희원이 인간이 된다면, 학교에 다닐 수 있을 것이며, 산골에 갇혀서 언제 아이기스 혹은 악귀가 본인을 해치러 올지 걱정하며 살지만 않을 것이고, 언제든 평범하게 친구를 사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인간처럼. 다만 리온이 가지지 못한 일상처럼.
그렇게 생각하던 리온은 희원의 시선을 따라갔다. 소나기는 어느새 그치고서 처마에 닿았던 여름 햇살이 긴 여행을 하곤 끝내 마당에 도착해서 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희원은 그 그림자를, 여름의 길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희원이랑 싸워야하는건가? 아주 어려운 밸런스 게임을 하는 것과 같았다. 무엇을 어떻게 하든 리온은 둘 중 하나를 버려야만 하고 또 그 선택에 거의 모든 시간을 후회할 것이다.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이외에는 단 하나도, 그가 답을 고를 수 있을까라는 것 마저도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그것을 자각해버리자, 울컥하고 번져오는 감정에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그리고 정적이 흘렀다. 이번에는 둘 중 그 어느도 입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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